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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Some Rest/여행

책으로여행 복수분반분을 소개한다.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은 <사기>에 나오는 이야기다. 주나라 문왕은 강태공을 스승으로 청하였고 훗날 강태공은 제나라의 제후가 되었다. 강태공이라고 불리는 태공망 여상은 젊은 시절 학문에 매진하다보니 가정 살림에 대해서는 아무 관심이 없었다. 강태공의 부인 마씨는 가난한 삶을 참다못해 그만 보따리를 싸들고 도망쳐버렸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서 문왕 아래서 큰 공을 세우고 강태공은 제(齊)나라의 제후가 된다. 제(齊)나라로 가는 행렬 앞을 가로막은 노파가 있었는데 그는 강태공이 젊은 시절 떠났던 아내였다.
노파는 "그때는 너무 가난하여 떠났지만 이제는 그런 걱정이 없을 것 같다"며 다시 "자신을 받아 달라"고 애원했다. 그러자 강태공은 "냇가에서 물 한 바가지를 담아오라"고 하고 땅에 물을 쏟았다. 그리고는 다시 바가지에 담아 보라고 하였다.
땅에 쏟아진 물을 다시 담을 수 없는 아내에게 강태공은 "한번 쏟은 물을 다시 담을 수 없듯 한 번 떠난 아내는 다시 받을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覆 : 엎어질 복  水 : 물 수
不 : 아닐 불      返 : 돌아올 반
盆 : 동이 분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은은 떠난 아내를 다시 받을 수 없다는 뜻이며 어떤 한번 저지른 일을 다시 원상복구할 수 없다는 말이다. 격언을 통해 알 수 있듯, 경영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쓸데없는 인정이다. 그 쓸모없는 인정의 대상이 직원이라면 그것은 가장 치명적 자살 행위가 될 수 있다.

경영자에게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무기는 "직원의 배신"이다. 2013년의 일이다. 경영자로 살아온 지난 20년 동안 가장 고통스런 시간이었다. 그것은 믿었던 직원들의 횡령, 배임과 같은 배신 때문이었다. A부장은 죽이야기 본사에서 가맹점 영업을 담당하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A부장의 담당이었던 호남지역의 가맹점들은 가맹점 스스로 인테리어 시공을 했다. 그러다 어느 날 전주의 한 가맹점의 부실공사가 발생하면서 그 동안 호남지역의 많은 매장이 A부장의 지인 인테리어 업자가 시공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A부장은 가맹점들에게 “본사에게 시공을 위탁하는 것 보다 자신이 소개하는 업체에게 시공을 하면 비용이 더 저렴하다”라고 설득했던 것이다. 그리고는 자신이 소개한 인테리어 업자에게 수수료를 챙겼다. 나는 A부장을 용서 할 수 없었지만, 최고 경영자인 내 앞에서 닭똥만한 눈물을 흘리며 용서해달라고 무릎을 끓는 그에게 용서를 안 해 줄 수 없었다.그리고 1년이 흘렀다. 호남지역의 가맹점 중에 A부장에게 돈을 빌려 주었는데 갚지를 않는다라는 매장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또한, 가맹 가계약을 하고는 본사에는 보고를 안하면서 막대한 돈을 횡령했다. 그를 형사 고발하는 것보다 더 급한 것은 피해를 입은 가맹점과 예비가맹자에게 보상을 해주는 것이었다.나는 바닥에 떨어진 본사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출했지만 이미 바가지에서 물이 쏟아지고 난 후였다. 처음 A부장의 횡령 혹은 배임이 발견되었을 때 징계를 주었다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그 무렵, B전무는 나의 절친한 대학 선배였다. 경희대병원과 고양시 명지병원 직영점을 입점 할 때의 일이다. B전무는 허구의 브로커를 만들어 놓고는 그들에게 병원 입점 수수료를 주어야 한다고 하면서 2천만 원씩 갖고 가서는 개인적으로 착복했다. 나는 B전무를 용서해서는 안 되었지만 나의 대학선배이고 그의 딱한 개인 사정을 살펴서 용서를 했다. 그런데 또 다시 발생한 것은 회사의 한 통장에서 26회에 걸쳐 돈을 빼갔던 것이다. A부장과 B전무의 배임 혹은 횡령사건 후 나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만큼 배신감에 잠을 잘 수 없었다.나는 죽이야기 부산지사 C지사장에게 13년 전 무상으로 부산, 경남, 울산 지역 지사권한을 주었다. 그는 본사에게 가맹계약관련 및 가맹점 관리를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했지만 여러 가지 핑계로 보고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2010년 부산, 경남, 울산 지사권한을 박탈하고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랬더니 C지사 부부는 서울 본사로 올라와서 눈물을 흘리며 “다시 기회를 주시면 본사의 방침을 잘 따르겠다”고 사정을 했다. 나는 또 다시 마음이 약해져서 부산지역 지사권을 다시 재계약해 주었다. 그런데 2014년이 되었을 때 가맹점들로부터 부당하게 막대한 돈을 뜯어 착취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산지사의 비리를 조사하다 보니 본사에 입금해야 할 비용을 수 십 건 횡령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C지사장이 횡령을 통해 가맹계약을 체결 78개의 가맹계약에 부과세를 누락하면서 본사는 2015년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아야 했다. 최고 경영자의 여린 마음으로 베푼 인정은 세금 폭탄으로 돌아온 것이다.경영자 혹은 사회인으로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만나는 많은 사람이 다 좋을 수는 없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 약속을 어기는 사람, 돈문제가 깨끗하지 못한 사람 등등....한 번의 실수로 그를 판단한다는 것이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지난 날의 경험으로 볼 때 쓸데 없는 인정은 곧 자신을 파괴시키는 무기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쯤 되고 보니 강태공의 교훈이 더욱 마음에 와 닿는다. 지금까지 뒤통수를 친 직원 혹은 사람들의 공통점은 경영자인 내가쓸데 없는 과잉 인정을 배 푼 사람들이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일수록 나에게는 회복불능의 상처를 준다.<나의 인덕이 이 정도다>라고 생각하기엔 그들은 나에게 너무나 치명적인 무기가 되어 돌아 온다.강태공의 《복수불반분》에서 얻는 교훈이라면 땅에 쏟아진 물을 절대 다시 담을 수 없듯..한 번 실수하거나 배신한 상대들은 두번. 세번 똑 같이 한다는 것이다.